기해년을 보내면서

유성옥기자 | 기사입력 2019/12/20 [11:30]

기해년을 보내면서

유성옥기자 | 입력 : 2019/12/20 [11:30]

▲ 유성옥 칼럼    

착각(錯覺)과 착오(錯誤)로 국어 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각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외계(外界)의 대상을 양적(量的) 질적(質的)으로 어긋나게 깨닫는 현상(illusion)이다. 착오란 잘못을 뜻하며 우리의 인식(認識)과 사실이 일치하지 않음(error)이라 적고 있다. 우리가 한편생을 살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인생은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 평생을 살아가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사회는 그와는 반대로 말한다. 인생은 힘들지 않으며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매일매일 쏟아내고 있다. 튼튼한 경제적 바탕 위에 과학기술, 즉 첨단 IT의 영향으로 버튼 하나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몸무게를 줄일 수 있고 각종 자격증도 쉽게 따고, 무슨 부동산에 투자하면 억대 수입이 간단하게 이루어진다는 달콤한 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결국 반복하여 듣다보면 진정 그렇게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많은 노력없이 조금만 노력하여도 쉽고 간단하게 성공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생은 별 것 아닌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 시대 아테네 거리에서 밝은 대낮에 횃불을 높이 들고서 나는 진정한 인간을 찾는다‘고 외쳤던 철학자가 있었다. 컴컴한 그리고 좁은 통 속에서 잠을 자면서 세속에 물들지 않고 우주의 천리를 밝힌 그는 바로 디오게네스다. 알렉산더 대왕의 위엄과 설득 그리고 간곡한 애원과 부탁에도 그에겐 한낱 검불과 같은 것이었다. 무엇이 과연 그로 하여금, 세속의 욕망에서 그토록 초연할 수 있게 했을까? 한마디로 인생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아니었을까? 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단 하루를 살더라도 보람과 긍지를 찾아 인생을 엮어가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던 것이다.

 

세상에 제 멋대로 사는 사람은 많아도 제 뜻대로 사는 이는 많지 않다. 단 한 번의 주어진 삶을 취생몽사 한다면 그게 어디 떳떳한 인생살이라 하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적당히 현시레 타협할 때에도 홀로 높이 아니오 소리를 외칠 수 있는 배짱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그리운 현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무엇이 정녕 행복의 바탕이요, 열쇠인가를 아는 이는 흔하지 않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가 아닌가 싶다. 영웅호걸일지라도 이 간단한 진리를 터득치 못하여 결국 자신을 망친 경우가 허다하다.

 

성서에는 삶의 방법을 모르는 이는 잠 못드는 밤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뚜렷한 좌표로 방향도 없이 물결치는데도 흘러가는 항해는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요즘엔 값싼 인생론이 흔하디 흔하다. 주로 물질이나 향락 위주의 인생론이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아니고선 삶의 진실을 알기는 쉽지 않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이 결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다만 충족 조건일 뿐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각이나 착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목적과 수단을 뒤바꾸고 진실보다는 겉치레나 허영에 들떠서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마는 것이다.

 

낡아버린 구도심에 거주하는 필자는 날마다 폐지를 모으는 노파를 대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변함없이 그 일에 몰두하며 힘든 하루하루 보내는 장면은 가슴이 찡하다.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이 다르고

그 운명을 개척, 창조해가는 보람과 긍지는 더욱 제각각이다. 그 노파에게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권리는 있고 또한 죽는 날까지 노도의 대가로서 떳떳이 삶을 꾸리는 의젓함과 여유가 엿보인다. 부처의 눈으로 바라보면 온 세상이 다 부처의 모습이요, 돼지의 눈에 비친 건 하나같이 돼지의 모습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엄숙한 건 자기와의 싸움이 아닐까한다. 적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한 자에겐 결코 평화의 위안이 없다. 요즘 세태를 바라보면 절로 깊은 한숨이 난다. 도무지 제정신을 차리고 사는 사람을 대할 수가 없으니 제 뜻대로가 아니라 모두 다 제멋대로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인생이 쉬운 것이 아니라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만큼 성숙해지고 시련이 곧 기회가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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