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영입 일단 얼굴을 내밀게 했다가 아니면 말고

유성옥기자 | 기사입력 2020/01/12 [08:24]

영재영입 일단 얼굴을 내밀게 했다가 아니면 말고

유성옥기자 | 입력 : 2020/01/12 [08:24]

 

▲ 유성옥 칼럼 

앞으로도 당분간 각 정당의 인재영입 발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벤트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인재영입 주체와 대상 모두 숙고하고 또 숙고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정치인은, 국회의원은 권위나 영광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에 다름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인재영입 6호로 한 스타트업 회사의 홍정민 대표를 소개했다.

 

면면을 보니 다양한 콘텐츠로 꽉 찬 보기 드문 여성인재 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대기업을 다니다가 육아 문제로 퇴직을 했고 그 후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스토리까지 공개하며 경력단절 여성들의 롤모델이 될 만한 삶을 걸어왔다는 영입 배경까지 덧붙였다. 이처럼 21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여야 모두 인재영입 경쟁이 한창이다.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서 총선에 내보내고 이를 통해 정당의 이미지 개선과 정치적 자산으로 삼겠다는 취지를 굳이 비판할 이유는 없다. 낡고 병든 것들을 밀어내고 새롭고 건강한 것들을 받아들임으로서 당의 체질까지 개선하겠다는 의지라면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정치도 살아있는 것이라면 그 또한 생존의 본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말 그대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다. 그 사람이 인재인지 아닌지는 일부 유명인사들이 아니라면 국민은 잘 모른다. 영입을 주도한 각 정당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인재라고 영입은 했는데 알고 봤더니 인재는커녕 양아치 수준이라면 그건 재앙에 가깝다. 당원과 국민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영입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철회하거나 사과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다분히 보여 주기식 쇼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인재영입 당사자인 그 인재도 고민할 내용이 많다. 특정 정당에 인재로 영입된다는 것은 곧 정치인이 된다는 뜻이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무슨 큰 영광이나 특권을 얻는 게 아니다. 대신 엄중한 도덕성과 높은 책임성이 겸비돼야 한다. 그리고 전문적 식견뿐만 아니라 국가와 시대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운 좋게 완장하나 주어진다고 무턱대고 꿰찰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란 뜻이다. 게다가 국민의 대표가 아닌가. 과연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있는지, 또 국민을 위해 국정의 막중한 책무들을 잘 풀어 낼 수 있을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아니라면 접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그리고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정당은 그 핵심 기능으로 인재충원의 통로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이벤트성 인재영입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각 당마다 다양한 인재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름의 아카데미나 청년학교 등이 그런 사례다. 교육과 연수 등을 통해 그 정당에 딱 맞는 인재들을 양성해서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 대비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무슨 행사처럼 인재영입 이벤트를 벌이는 바람에 정작 당에서 학습하고 단련된 인재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이런 식이라면 당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볼 대목이다. 외부 인재영입이 잘 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당의 인적 자산을 지속적이고도 생산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이는 정당정치의 기본이라 하겠다. 황교안 대표가 인재영입 1호로 발표했던 박찬주 전 사령관의 사례는 당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묻게 하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가 왜 인재영입 1호가 돼야 하는지 국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청년층을 비롯해 거센 비난 여론이 쏟아져도 황 대표는 오히려 그를 두둔하기에 바빴다.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인재영입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황 대표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도 그를 한국당의 미래를 상징하는 인재로 보는 것일까? 논란이 커질 때 즉시 철회하고 사과하는 모습이었다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박찬주 스토리는 끝난 게 아니다. 청년들의 분노는 아직 살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이 그 현장이 된다는 점을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인재영입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비전을 가진 건강하고 스토리 좋은 청춘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의 정치역량과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인재영입 5호로 발탁한 오영환 전 소방관이 아닐까 싶다. 대중에게도 조금은 알려진 인물에다가 소방관 출신이라는 스토리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신 정치적 자질이 있는지, 국가와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은 어떤지 그리고 시대와 공유하는 콘텐츠는 어떤 수준인지는 알지 못한다. 젊다고, 스토리 좋다고 인재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인재영입에 대한 진정성이나 엄중함이 없으니 검증이나 책임감도 별로 없다. 일단 얼굴을 내밀게 했다가 아니면 말고식이다. 나쁜 정치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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